파킨슨병, 줄기세포 치료로 ‘큰 도약’… 초기 임상 결과 주목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성하는 뉴런의 점진적 손실로 인해 발생하는 퇴행성 신경 질환이다. 떨림, 경직, 느린 움직임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하며, 현재까지 완치법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의 초기 임상시험 두 건이 최근 고무적인 결과를 발표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태아 조직 이식이나 단순 세포 대체 방식과는 달리, 줄기세포로부터 유래한 뉴런을 직접 뇌에 주입해 도파민 생성 세포를 기능적으로 대체하려는 접근이다. 임상시험 연구 결과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와 같은 세포 치료 방식이 안전하며, 일부 환자에게서 떨림 감소 등의 증상 완화 효과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번 두 연구 결과는 오늘 Nature에 각각 발표되었으며, 스웨덴 룬드대학교의 줄기세포 생물학자 말린 파마르(Malin Parmar)는 “이번 성과는 이 분야에서의 중요한 도약”이라며, “사용된 세포 제품이 안전하고 생존 신호도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두 임상시험 모두 총 19명만이 참여한 소규모의 초기 안전성 시험으로, 치료의 효과를 명확히 입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점도 연구자들은 강조한다. 캘리포니아 스크립스 연구소의 줄기세포 과학자 진 로링(Jeanne Loring)은 “일부 환자는 다소 호전되었고, 다른 이들은 악화되지 않았다”며, 이는 초기 단계에서 투여된 세포 수가 적었던 점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허나 손상된 뉴런을 대체하려는 세포 치료는 오랫동안 시도되어 왔지만, 특히 태아 조직을 이용한 이전 치료들은 효과가 엇갈리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기존 한계를 넘어서는 더 정제되고 표준화된 줄기세포 기반 뉴런 이식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 번째 임상시험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진행되었으며, 9명의 남성과 3명의 여성 환자가 참여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7세였다. 연구진은 기증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신경 전구세포(neural progenitor cells)로 분화시킨 뒤 냉동 보관하였다가, 수술 직전 해동하여 피각(putamen)이라는 뇌의 심부 구조에 주입했다. 피각은 운동 신호를 중계하는 핵심 부위로, 파킨슨병에서 손상되는 도파민 뉴런이 이곳에 신호를 보내는 경로를 가진다.
세포는 양쪽 피각에 총 18곳에 걸쳐 주입되었으며, 일부 환자는 90만 개, 다른 환자는 270만 개의 세포를 이식받았다. 연구진은 각각 10만, 30만 개의 세포가 생존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건강한 사람의 도파민 뉴런 수와 유사한 규모다. 참가자들은 이식 거부를 방지하기 위해 1년 동안 면역억제제를 복용했다. 이후 18개월간의 추적 관찰에서 도파민 생성 증가가 뇌 영상에서 확인되었고, 이는 일부 세포가 면역억제제 투약 이후에도 생존하며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증상 평가 결과, 저용량 그룹은 평균 9점, 고용량 그룹은 평균 23점의 개선이 나타났다. 해당 평가지표는 일상생활, 수면, 통증, 식사 등을 반영하는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유럽에서도 유사한 임상에 참여 중인 코펜하겐대학교의 아그네테 키르케비(Agnete Kirkeby) 박사는 “이 평가지표가 다소 주관적이고 플라시보 효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향후 더 큰 규모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임상시험은 일본 교토대학교에서 진행되었다. 이 연구는 성인의 체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되돌린 후, 이를 신경 전구세포로 분화시켜 즉시 환자의 뇌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50~69세의 남성 4명, 여성 3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3명은 최대 500만 개, 4명은 최대 1,100만 개의 세포를 주입받았다. 이 중 각각 약 15만~30만 개의 세포 생존을 기대했는데, 낮은 생존율은 이번 임상에서도 주요한 한계로 지적되었다. 연구를 이끈 타카하시 준 교수는 “이러한 생존율 문제는 향후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15개월간 면역억제제를 복용했다.
일본 연구팀은 2년간의 관찰 기간 동안 안전성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참가자에서 도파민 생성 증가가 확인되었다. 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증상 변화 분석 결과, 평균 10점의 증상 개선이 있었으며, 이는 보행이나 일상 보조 필요의 감소, 떨림 감소 등이 포함되었다.
두 연구 모두 줄기세포를 활용한 파킨슨병 치료의 안전성을 보여주었으며, 일부에서 임상적 개선의 가능성까지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진전을 의미한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이러한 결과만으로 치료의 효능을 단정할 수 없으며, 더 큰 규모의 무작위 대조 임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미국 임상을 후원한 바이오기업 Bluerock Therapeutics는 2025년 위약 수술(sham surgery)을 포함한 3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 많은 환자에게 적용되면, 향후 어떤 세포 유형이 어떤 환자군에 가장 적합한지에 대한 기준도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환자 자신의 세포(iPSC)를 활용한 자가치료 방식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며, 효과도 더 좋을 가능성이 있어 현재 로링 박사 팀이 이를 실험 중이다.
한편, 타카하시 교수는 오사카 소재 스미토모 제약과 협력해, 일본의 신속 승인 제도(fast-track scheme)를 활용해 올해 중 조건부 판매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유럽 임상에 참여하고 있는 키르케비 박사는 “지금까지 줄기세포 치료 성과가 들쭉날쭉했던 이유는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며, 대규모 임상이 그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s://doi.org/10.1038/d41586-025-012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