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연구동향

짧은 수면으로도 활력 유지? 새로운 유전자 변이와의 연관성 밝혀져

유전체의학연구소l 2025-05-07l 조회수 22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약 8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 하지만 드물게는 단 3시간 정도만 자고도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처럼 짧은 수면으로도 잘 지내는 사람들에게서 특정 유전적 돌연변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연구를 공동 주도한 잉후이 푸(Ying-Hui Fu) 교수(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 UCSF)는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우리 몸은 계속 작동하면서 해독을 하고 손상을 복구한다. 그런데 이들은 그런 기능을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러한 선천적 단수면자(naturally short sleepers)의 유전적 특징을 이해하면 수면 장애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 푸 교수팀은 매일 6시간 이하로 자는 가족으로부터 유전자 분석 의뢰를 받았다. 연구진은 모녀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인간의 생체 시계(circadian rhythm)를 조절하는 유전자에서 매우 희귀한 돌연변이를 발견했고, 이 변이가 수면 시간이 짧은 특성과 관련되어 있음을 밝혔다. 이후 유사한 수면 습관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연구실을 통해 DNA 검사를 받았고, 현재 연구팀은 수백 명에 달하는 선천적 단수면자를 파악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진은 4개의 유전자에서 총 5가지 돌연변이가 짧은 수면과 관련될 수 있음을 확인했으며, 가족마다 돌연변이의 유형이 다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번에 발표된 최신 연구에서는 또 다른 단수면자에게서 SIK3 유전자에 새로운 변이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는 뉴런 간 시냅스(신경 연결 부위)에서 활성을 띠는 효소를 암호화한다. 참고로, 일본의 한 연구에서는 이 유전자의 또 다른 변이가 쥐에게 과도한 졸림 증상을 유발한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연구팀은 해당 변이를 가진 쥐를 제작해 관찰한 결과, 일반 쥐보다 하루 평균 31분 덜 자는 경향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쥐는 하루 12시간 정도 잠을 자므로, 이 정도 수면 감소는 결코 적은 변화가 아니다. 또한 이 돌연변이를 가진 효소는 시냅스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푸 교수는 이 결과가 “수면이 뇌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론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클리퍼드 새퍼(Clifford Saper) 하버드 의과대학 신경학 교수는 “수면 시간이 단축되긴 했지만 줄어든 양이 크지는 않다”며, 이 유전자가 수면 시간 단축의 주된 원인이라기보다는 조절 요인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SIK3 유전자가 수면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들과 잘 부합하며, 수면의 생물학적 기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앞으로도 선천적 단수면자들에게서 더 많은 유전적 변이를 찾아내는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푸 교수는 “이러한 유전 정보를 축적하면 인간의 수면 조절 메커니즘 전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출처 :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5-014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