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신경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 훔쳐 에너지 강화

Nature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암세포가 종양 내 뉴런으로부터 에너지원인 미토콘드리아를 훔쳐 생존력을 강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에너지 절도’는 암세포가 원발 부위에서 먼 기관으로 퍼지는 전이를 일으킬 때, 그 혹독한 환경을 버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암세포는 뉴런과의 사이에 매우 가느다란 관(tube)을 형성해, 그 경로를 통하여 미토콘드리아를 빨아들인다. 이렇게 훔친 미토콘드리아는 암세포의 에너지 생산 능력을 증가시키고, 전이 도중 혈관을 통과할 때 겪게 되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을 이겨낼 수 있게 해준다.
연구의 공동저자인 사이먼 그렐레(Simon Grelet, 사우스앨라배마대학교 암신경생물학자)는 “암이 치명적인 이유는 바로 이 전이 때문”이라며, “이제 우리는 전이의 새로운 공범을 알게 되었고, 이는 곧 전이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표적을 뜻한다”고 말했다.
암세포가 성장 과정에서 신경계를 활용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이에 대하여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연구진은 쥐 유래의 공격적인 유방암 모델을 활용해, 신경 기능을 억제하는 화학물질을 처리했다. 그 결과 암세포의 대사 활성도가 감소했다. 이는 신경이 종양의 대사 조절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험실에서 암세포를 배양해 관찰한 결과, 이들은 빨대처럼 생긴 가느다란 관을 뉴런 쪽으로 뻗어 뉴런의 미토콘드리아를 흡수하고 있었다. 추가 실험에 따르면, 이렇게 ‘훔친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암세포는 그렇지 않은 암세포보다 에너지 생산량이 더 높았고, 대사적으로 ‘터보차지된 상태’였다.
연구팀은 이렇게 에너지를 끌어올린 암세포가 전이 과정에서 실제로 더 잘 살아남는지 확인하고자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일부 암세포를 주사기와 바늘을 통해 밀어 넣는 방식으로 혈관 내를 떠다니는 전이 상황을 모사하였고, 또 다른 암세포는 과산화수소에 노출시켜, 전이 중 마주할 수 있는 화학적 스트레스 환경을 흉내냈다. 그 결과, 미토콘드리아를 훔친 세포들이 그렇지 않은 세포보다 훨씬 더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공동저자인 구스타보 아얄라(Gustavo Ayala, 텍사스대학교 암신경과학자)는 “그야말로 훨씬 더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셈”이라 평가했다.
쥐 유방암 모델을 이용한 실험에선, 원발 종양(primary tumour)에서는 미토콘드리아를 훔친 암세포의 비율이 낮으나 뇌에 전이된 종양(metastatic tumour)에선 그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는 미토콘드리아 탈취가 전이 과정에서 암세포의 생존에 도움을 준다는 증거이며, 인간의 전이성 종양도 원발 종양보다 미토콘드리아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미토콘드리아의 절취가 암세포 전이의 촉진 요인임을 시사한다.
클레어 마뇽(Claire Magnon,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 종양학자)은 “연구가 매우 잘 설계되었고, 결과도 흥미롭다”고 평가하면서도, “이 기전이 전이의 핵심인지, 아니면 더 큰 네트워크의 일부인지는 아직 명확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렐레는 “전이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지만, 이번 연구는 신경계와 전이성 암 사이의 연결고리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