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연구동향

CRISPR로 콜레스테롤 조절, 심장병 예방도 가능할까?

유전체의학연구소l 2025-11-17l 조회수 13


Crystalline forms of cholesterol (blue) in a liver cell (purple), imaged using a scanning electron microscope.
Credit: Steve Gschmeissner/Science Photo Library


CRISPR-Cas9 유전자 편집 치료법이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비록 아직은 소규모 연구지만, 향후 연구가 잘 진행된다면 유전자 편집을 통해 심장병의 주요 원인을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ANGPTL3라는 유전자를 CRISPR 기술로 비활성화했다. 이 유전자는 LDL(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같은 지방 분자의 혈중 농도를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두 물질 모두 심혈관 질환 위험과 관련이 있는데, 고용량 치료를 받은 사람들에게서는 이 수치가 약 50% 감소했다.
지금까지는 단 15명만 이 치료를 받았지만,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매일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복용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해방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예방심장학 전문가 루크 라핀(Luke Laffin)은 이게 가능해진다면 정말 혁명적인 변화라 말한다. 또, 개념 자체가 획기적이라며, 평생 약을 복용하는 대신 한 번의 치료로 끝낼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일이라 언급했다.
물론 그 혁신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라핀은 더 많은 안전성 시험이 필요하며, 치료 비용이나 사람들이 이 치료법을 얼마나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이번 임상 결과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흔한 질병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연구는 11월 8일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되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그는 막 등장한 CRISPR–Cas9 기술을 심혈관 질환 예방·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몇몇 벤처 투자자들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희귀 유전질환에만 집중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펜실베니아대 의대의 심장전문의 키란 무수누루(Kiran Musunuru)는 현재 약 12개 기업이 CRISPR로 고지혈증을 치료하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희귀 질환인 transthyretin 아밀로이드증 치료 연구도 활발하며, 이번 콜레스테롤 임상을 주도한 CRISPR Therapeutics는 고혈압에 대한 유전자 편집 치료도 개발하고 있다. 무수누루 역시 유사한 치료를 개발 중인 기업을 공동 창업했다.

그러나 희귀병에서 일반 질환으로 확장하려면 더 많은 인원과 오랜 기간이 필요한 대규모 안전성 시험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CRISPR 치료를 받은 사람은 수백 명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최근 발생한 임상 참여자의 사망 사례가 이 분야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이 참여자는 11월 5일, transthyretin 아밀로이드증 치료를 위한 실험적 CRISPR–Cas9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원인 규명이 아직 되지 않아, 치료와의 직접적 연관성은 알 수 없다고 스탠퍼드대 의대 유전자 치료 전문가 마크 케이(Mark Kay)는 밝혔다.

임상 규모가 커질수록, 연구자들은 CRISPR 기술이 유전체에 원하지 않는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게 된다. 이런 off-target 효과(비표적 돌연변이)는 개인의 유전적 배경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세인트주드 아동연구병원의 셩다어 차이(Shengdar Tsai)는 더 많은 사람을 치료할수록, 유전자 구조상 예기치 않은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설명하였는데,
위스콘신-매디슨대 생의공학자 크리샤누 사하(Krishanu Saha)는 이러한 off-target 반응을 예측하는 능력은 아직 완전한 수준에 도달한 건 아니지만,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CRISPR Therapeutics는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가 기존 치료제(예: 스타틴)로 조절되지 않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다음 임상시험을 조심스럽게 진행할 예정이다. 무수누루에 따르면, 일반인 대상 확장까지는 아마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라핀은 심장병 가족력이 있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예방적 치료가 가능한 날이 올 것이라 낙관하며, “30대 혹은 20대 초반에, ‘당신은 가족력이 강하네요. 40대에 심근경색이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미리 치료를 받아서 걱정을 덜어보는 게 어때요?’ 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는 거죠.”라 말했다.

출처 :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5-037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