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질환, CAR-T 치료로 ‘관해’ 가능성 열려” —

유전적으로 조작한 면역세포 (CAR-T)가 궤양성 대장염, 류머티즘 관절염, 루푸스처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성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지난 3년 동안 발표된 약 12건의 연구 결과가 일관되게 긍정적인 만큼, 향후 면역계가 몸을 공격하는 어떤 질환에도 CAR-T 세포치료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CAR-T 세포치료는 원래 체내 감염을 제거하는 T세포를 기반으로 한다.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해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 Chimeric Antigen Receptor)’라는 단백질을 발현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한 뒤, 다시 몸에 주입한다. 이 세포는 B세포가 발현하는 항원을 표적으로 삼는데, 자가면역질환에서는 이 B세포가 건강한 조직을 공격하는 항체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다.
이 치료법이 자가면역질환에 사용되기 시작한 건 2021년부터다. 당시 독일의 한 20세 여성이 심각한 루푸스를 앓고 있었는데, CAR-T 치료를 받고 호전된 것이 첫 사례였다. 해당 치료에 참여했던 베를린 샤리테(Charité) 대학병원의 임상의 겸 연구자인 데이비드 사이먼(David Simon)은 이후 전신경화증, 근염, 류머티즘 관절염 등 여러 자가면역질환을 대상으로 CAR-T 치료가 1상 및 2상 임상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루푸스와 중증 근무력증(myasthenia gravis)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도 현재 진행 중이다. 근무력증은 호흡, 삼킴, 시각 등에 관여하는 근육이 약화되는 질환이다.
사이먼은 류머티즘 관절염과 루푸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이 사실상 ‘완치’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질환을 유발하는 자가항체가 사라졌고, 증상도 전혀 나타나지 않아요. 이런 반응은 과거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겁니다.” 참고로 CAR-T 세포치료는 2017년 혈액암 치료제로 처음 승인된 이후 암 분야에서는 이미 여러 암종에서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궤양성 대장염에서도 CAR-T 치료의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이 질환은 대장에 궤양과 염증을 일으켜 복통과 혈변을 유발한다.
지난 9월, 독일 에를랑겐 대학병원의 소화기 전문의 마르쿠스 노이라트(Markus Neurath)와 연구팀은 21세 여성을 대상으로 CAR-T 치료를 시도했고, 환자는 치료 후 14주간 약물 없이도 관해(remission) 상태를 유지하며 직장 복귀까지 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노이라트는 결과가 놀라울 정도였다고 전하며, 앞으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후속 임상을 진행한 뒤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에는 중국 상하이 화동사범대의 면역학자 두빙(Bing Du) 연구팀이 CAR-T 파일럿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여기서는 환자 본인의 세포가 아니라 ‘기증자 유래 T세포’를 이용했다. 이 방식은 CAR-T 치료를 대량생산 가능한 ‘범용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제작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빙은 작년에도 이식 면역세포를 이용한 중증 희귀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세계 최초로 시도한 바 있다.
이번 최신 연구에서는 여러 장기에 영향을 주는 루푸스를 앓고 있던 여성 4명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화학요법으로 백혈구 수를 줄인 뒤, 기증자 유래 CAR-T 세포를 주입받았다. 3개월 뒤, 네 명 모두 관절염, 혈관 염증, 탈모 등의 증상이 사라졌고, 이 중 한 명은 완전히 관해 상태에 도달해 약물 복용을 중단했다. 나머지 세 명은 저용량 스테로이드로 유지 치료만 받고 있다.
두빙은 “예상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결과였다”고 말하면서, 이는 CAR-T 세포가 체내의 기능 이상 B세포를 모두 제거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역계를 구성하는 B세포뿐 아니라 전체 면역계가 리셋’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 결과 새로운 건강한 B세포가 다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했다.
다른 연구팀들도 환자 체내에서 CAR-T 세포가 직접 생성되도록 유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는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의 CAR-T 제작 공정을 생략할 수 있고, 주입 전 화학요법에 따른 감염 위험이나 독성 문제도 피할 수 있다. 노이라트는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분명히 임상 의학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이라트는 CAR-T 치료가 앞으로 몇 년 안에 다른 만성 자가면역질환에도 널리 사용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는 “특히 루푸스의 경우, 현재 많은 전향적 임상이 진행 중이고 독립적인 여러 연구팀에서 정말 놀라운 결과를 내고 있다”며, 이 치료법이 루푸스의 표준치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물론, CAR-T 치료를 받은 뒤 관해에 들어간 사례는 여럿 보고되었지만, 사이먼은 아직 이것이 ‘완치’로 이어지는지를 단정하긴 이르다고 말한다. 루푸스에서는 확실히 완치를 기대해볼 만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조짐이 보이긴 하나, 류머티즘 관절염처럼 연구가 덜 된 질환에서는 아직 단언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출처 :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5-03885-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