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는 유전정보를 서로 주고받는다? - 인간 세포 간 ‘genomic DNA 이동’ 현상 최초 규명

그동안 생물학에서는 인간의 유전체(genome)가 각 세포의 핵(nucleus) 안에 독립적으로 보관되며, 세포 간에는 직접 이동하지 않는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국제 연구진은 손상된 genomic DNA 조각이 세포 사이를 실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기존 개념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UT Southwestern) 연구진은 2026년 Cell에 발표한 연구에서, 인간 세포가 ‘nanotube-like connection’이라 불리는 가느다란 세포 간 연결 구조를 통해 DNA 조각을 이웃 세포로 전달할 수 있음을 보고했다.
연구진은 세포 분열 과정에서 염색체가 잘못 분리되거나 DNA 손상이 발생하면, 일부 genomic DNA가 핵 밖 세포질(cytoplasm)로 빠져나온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렇게 세포질에 노출된 DNA는 세포 간 nanotube를 따라 이동했고, 실제로 다른 세포 내부로 전달되는 것이 실시간 이미징으로 관찰되었다.
특히 놀라운 점은 전달된 DNA가 단순히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recipient cell 내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기능까지 수행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포함한 DNA 조각이 다른 세포로 이동한 뒤 실제로 발현되어, 원래는 약물에 민감했던 세포가 항생제 저항성을 획득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는 세균에서 흔히 알려진 ‘수평적 유전자 전달(horizontal gene transfer)’과 유사한 현상이 인간 세포에서도 부분적으로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에는 인간 세포의 유전체 변화가 주로 세포 내부 돌연변이 축적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되었지만, 이번 연구는 주변 세포로부터 전달받은 DNA 역시 유전체 변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특히 암 생물학에서 이 현상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세포는 염색체 불안정성(chromosomal instability)이 매우 높은데, 이 과정에서 생성된 DNA 조각들이 주변 세포로 전달되면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의 유전적 특성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항암제 저항성과 관련된 DNA가 다른 세포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질문도 많다. DNA 이동이 얼마나 자주 실제 인체에서 발생하는지, 특정 DNA가 선택적으로 이동하는지, 그리고 면역계가 이러한 세포 간 DNA 전달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 역시 현재 관찰된 빈도는 비교적 낮지만, 장기간 선택압(selection pressure)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충분히 생물학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 유전체를 “각 세포 안에 고정된 정보 저장소”로 보던 기존 개념에서 벗어나, 세포 간 상호작용 속에서 이동하고 재구성될 수 있는 동적인 정보 체계로 바라봐야 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출처 : Maurais EG et al. Genome instability triggers intercellular DNA transfer between human cells
DOI : 10.1016/j.cell.2026.04.0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