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발달을 이어간 인간 뇌 오가노이드: ‘시간을 기억하는’ 뇌 질환 모델의 가능성

Credit: Irene Faravelli and Noelia Antón-Bolaños
인간 뇌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로부터 만든 3차원 미니 뇌 조직으로, 초기 뇌 발달과 신경세포 분화를 연구하는 핵심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기존 뇌 오가노이드는 대개 수개월 안에 생존성과 성숙도가 떨어져, 태아기 이후의 뇌 발달이나 늦게 나타나는 신경정신질환을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최근 연구진은 인간 뇌 발달의 시간 경과를 5년 이상 따라가는 뇌 오가노이드를 구축해, 장기 발달 모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8월 19일 Nature에 발표된 연구에서 Paola Arlotta 연구팀은 인간 세포 유래 뇌 오가노이드 34개를 장기간 배양하고, 초기 18개월 동안에는 3~6개월 간격으로, 이후에는 매년 분자·세포 데이터를 수집했다. 분석 결과, 배양 15일~2개월의 오가노이드는 인간 태아 뇌의 임신 1분기와 유사한 유전자 발현 변화를 보였고, 3~6개월 오가노이드는 2분기 뇌와 유사한 양상을 나타냈다. 12개월 이후에는 신생아 뇌와 유사한 유전자 발현 특징이 관찰됐다. 즉, 이 모델은 단순히 오래 생존한 것을 넘어 시간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성숙했다.
장기 배양 과정에서 세포 유형별 노화와 성숙의 흔적도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일부 신경세포 축삭을 둘러싸는 수초 형성(myelination)과 같은 특징이 나타났다. 특히 연구진은 오가노이드 세포가 자신이 어느 발달 단계에 있었는지를 ‘기억’하는 듯한 현상을 관찰했다. 9~12개월 배양한 ‘오래된’ 세포와 15일 된 ‘젊은’ 세포를 섞어 다시 배양했을 때, 젊은 세포는 초기 뇌 발달에 필요한 신경세포를 만들었지만 오래된 세포는 초기 단계로 되돌아가지 않고 수개월 후에 나타날 법한 더 성숙한 신경세포를 생성했다.
이 결과는 세포의 분자 상태가 단순히 현재의 나이를 표시하는 표지자가 아니라, 이후 어떤 세포 운명과 기능을 선택할지에 영향을 주는 발달 이력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오가노이드 기반 질환 연구에서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조현병처럼 태아기 이후 또는 청소년기 전후의 뇌 회로 성숙 과정과 연관된 질환은, 매우 초기 단계의 오가노이드만으로 병태생리를 재현하기 어렵다. 장기간 성숙한 세포를 보존해 활용할 수 있다면, 매번 초기 세포부터 장기간 배양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후기 발달 단계의 이상을 더 직접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연구의 핵심은 배양 환경의 최적화다. 장기 배양 중 흥분성 뉴런의 사멸이 증가하자 연구진은 중간 단계에서 배지를 조정했고, 변형된 BrainPhys 배지를 사용한 뒤 뉴런 수와 더 복잡한 전기적 발화 양상이 증가했다. 이는 오가노이드의 성숙이 세포 고유의 발달 프로그램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영양·대사·전기생리 환경 같은 배양 조건에 크게 좌우됨을 보여준다.
다만 ‘뇌를 재현했다’는 해석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오가노이드는 실제 인간 뇌와 달리 혈관계, 전신 면역계, 감각 입력, 장거리 신경회로 및 전신 호르몬 환경을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다. 또한 유전자 발현의 유사성이 곧 구조적·기능적 동등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장기 배양 오가노이드는 인간 뇌 전체의 축소판이라기보다, 특정 발달 과정과 세포 자율적 시간 프로그램을 연구하기 위한 고도화된 실험 모델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향후 연구는 환자 유래 줄기세포로 만든 장기 배양 오가노이드에서 질환별 발달 궤적을 비교하고, 후보 치료제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혈관세포·면역세포를 포함한 복합 오가노이드, 감각 자극을 연결한 모델, 표준화된 장기 배양 및 품질관리 체계도 중요 과제다. 이번 연구는 뇌 오가노이드가 초기 발생 모델을 넘어, 시간에 따라 성숙하는 인간 뇌의 특성을 실험실에서 추적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Rachel Fieldhouse, “Human organoids that mimic brain development grown for years in lab,” Nature, 2026년 8월 19일. https://doi.org/10.1038/d41586-026-0258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