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체 기반 가상세포 모델, 삼중음성유방암 약물 선택의 새 가능성 제시
3,800만 건 이상의 단백질 측정값으로 치료 반응 예측… 실제 진료 적용에는 전향적 임상시험 필요
삼중음성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 TNBC)은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HER2가 모두 음성인 유방암 아형으로, 호르몬 치료나 HER2 표적치료의 적용이 어렵다. 종양 사이의 분자적 이질성도 커 환자별로 효과적인 약물을 고르는 일이 특히 까다롭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단백질체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AI) 기반 ‘가상세포(virtual cell)’ 모델을 개발하고, 환자 유래 종양 시료에서 약물 반응과 치료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9월 9일 Nature에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유방암 세포주 18종(이 중 16종은 TNBC)에 대해 63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항암제와 59개 약물 조합을 처리했다. 치료 전과 치료 후 6, 24, 48시간에 걸쳐 총 5,585개 단백질군을 측정해 3,800만 건 이상의 단백질 데이터를 구축했다. 기존의 가상세포 모델이 단일세포 전사체 자료를 기반으로 정적인 세포 상태를 묘사하는 데 주로 집중했다면, 이번 연구는 여러 시간대의 단백질체 변화를 학습해 약물 투여 뒤 나타나는 세포 반응의 동적 변화를 모델링하려 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모델은 학습에 포함되지 않은 81개 약물에 대한 세포 반응을 88% 정확도로 예측했다고 보고됐다. 또한 TNBC 환자 501명의 치료 전 종양 생검에서 측정한 3,651개 단백질 자료를 분석했을 때, 실제로 시행된 화학요법의 임상 결과를 예측하는 데 유의미한 성능을 보였다. 이는 단백질 발현 상태가 약물 감수성뿐 아니라 내성에 관여하는 핵심 경로를 포착하는 정보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제한적이지만 임상 상황을 모사한 검증이다. 연구진은 치료 전 채취해 실험실에서 유지한 세 명의 TNBC 환자 유래 세포 시료를 대상으로, 승인 약물 또는 임상시험 단계의 화합물 약 3,000개를 선별했다. 모델은 실제 환자에게 효과가 있었던 치료제를 추천했고, 표준 치료보다 효능이 높을 것으로 예측한 세 가지 후보물질도 시료 기반 약효 실험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세 명의 사례는 개념검증(proof-of-concept)에 해당하며, 개별 환자의 치료를 바꾸는 수준의 근거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이번 연구는 정밀종양학에서 AI의 역할을 ‘유전체 변이 해석’에서 ‘기능적 약물 반응 예측’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단백질체는 유전자 발현 이후 실제로 작동하는 신호전달과 약물 표적의 상태를 보다 가까이 반영할 수 있어, TNBC처럼 분자적 다양성이 큰 암에서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시간 경과에 따른 측정은 약물 내성 형성 및 적응 반응을 이해하는 데도 강점이 있다.
다만 임상 도입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연구진은 전향적 임상시험을 통해 모델 추천이 실제 환자 치료 성적을 개선하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포주와 생검 시료가 종양 미세환경, 면역세포, 환자 간 약물대사 차이 등을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는지도 평가가 필요하다. 현 모델에는 면역항암제가 포함되지 않았고, 약물 용량별 반응이나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더 정교하게 반영할 여지도 남아 있다.
향후 핵심 연구동향은 세 가지로 예상된다. 첫째, 다기관·전향적 임상시험을 통한 예측 성능과 임상적 유용성의 검증이다. 둘째, 단백질체와 전사체·유전체·공간오믹스·면역미세환경 정보를 결합한 다중오믹스 가상세포 모델의 발전이다. 셋째, 약물 조합과 용량, 투여 순서까지 최적화하는 기능적 정밀의료 플랫폼으로의 확장이다. 이번 연구는 아직 임상용 의사결정 도구의 초기 단계이지만, 환자 종양의 단백질 지도를 활용해 치료 선택을 좁혀갈 수 있는 실질적 경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reference : Sun, R. et al. Nature https://doi.org/10.1038/s41586-026-11001-9 (2026).

